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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핑
    일상 2024. 11. 19. 23:14

    나는 서핑을 좋아한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매달 서핑을 최소 1회씩 하는 것일 정도로 좋아한다. (근데 아직 잘 타진 못한다. 헤헷)

    글을 적는 도중 인터뷰 형식이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적어보았다.

    Q. 서핑은 언제부터 했나?
    2016년 7월에 처음 시작했다.
    양양 동호해변에 있는 서프클럽 젯시티에서 첫 강습을 받았는데, 그날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Q. 처음 배울 때 어렵지 않았나?
    그날은 파도가 거의 없어 잔잔했다.
    그리고 당시 서핑이 지금처럼 보편화된 스포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별로 없어 조용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파도와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물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서핑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파도가 크면 보드 붙잡으랴, 보드 위에 올라타랴, 또 계속 몰아치는 파도에 맞느라 금방 체력적으로 방진되어 지쳤을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처음 접할 때는 파도가 잔잔할 때가 좋다고도 하더라.


    Q. 첫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좋았나?
    그날 나는 보드에 매달리기도 하고 엎드기도 하면서 오전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바다에 있었다.
    보드와 일심동체가 되어 바다 위에 동동 떠있는데 서서히 바닷물이 붉은 노을 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런 느낌
    그 땐 그냥 눈을 뜨면 보이는 모든 광경이 황홀했고, 몸에 전해지는 바다의 흔들림마저 기분 좋은 찰랑거림이었기에 그저 넋 놓고 행복하다는 생각밖엔 안 들었다.

    이런 경험을 했는데 어찌 서핑을 잊을 수 있으랴.


    Q. 서핑은 또 어디에서 해봤나?
    첫 강습 이후부터 소울메이트와 함께 양양, 제주도 중문에서 조금씩 더 서핑의 맛을 보았다. 그리고 다행히 코로나 터지기 전인 2020년 초에 서핑의 성지라고 불리는 필리핀의 시아르가오에서 자칭 서핑 전지훈련을 했다. (이후 차차 관련 경험담을 올려볼 계획이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요즘에는 엄청 추울 때를 빼고는 주말을 이용해서 양양에 서핑하러 간다.


    Q. 그럼 엄청 잘 탈 것 같다.
    ^^ 노코멘트 하겠다.


    Q. ^^ 그럼 서핑은 왜 좋은가?
    우선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서 좋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을 인위적으로 망가뜨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스포츠라서 좋다.
    그리고 파도를 기다릴 때 주변을 둘러보면, 특히 강원도에는 산과 나무가 많고, 하늘도 맑아 정신이 정화된다.

    매 순간 파도가 일정하지 않아서 좋다.
    잔잔하건 거칠건 파도는 매번 다르다. 그래서 질리지 않고, 매번 다른 파도를 잘 맞이하려면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 알고싶고 도전의식이 생긴다.

    이런 도전의식을 무한하게 행할 수 있어서 좋다.
    바다에 넘어지니 다치지 않고, 파도를 놓쳐도 다음 파도를 기다렸다 또 타면 되니까. 배고프면 밥 먹고, 어두워지기 전까지 또 타면 되니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스포츠라 좋다.
    바다 위에 있으면 다들 약간 상기된 표정이다. 다음 파도를 탈 생각에. 그리고 파도를 타면서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파도를 타건 못타건 바다 위에 있는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어서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A. 셀프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 번 친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
    하지만 파도를 놓쳤다고 해도 아쉬워할 건 없다.
    파도는 어차피 매번 다르고, 다음에 올 파도를 위해 지금 더 보강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래서 왜 파도를 놓쳤는지를 알고(팔 힘이 약해서, 밸런스를 못 맞춰서, 파도를 볼 줄 몰라서 등등) 다음에 올 더 좋은 파도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연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만약 내가 조급하게 그리고 경쟁의식을 갖고 서핑을 대했다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쓸만큼 서핑에 대한 애정이 없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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